도윤이에게

누나와 형아랑 놀기 22.08.06 본문

오늘도 도윤이와

누나와 형아랑 놀기 22.08.06

dearmydoyun 2022. 8. 3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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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아의 매운맛

누나 형아를 따라가려다 놓친 도윤

도윤이가 처음으로 누나와 형과 시간을 보내게 됐다. 갑작스럽게 생긴, 그래서 엄마에겐 더욱 반가웠던 약속이다.

누나, 형과 마주하기 전날 저녁 엄마 친구 민선이 이모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일 우리 집에서 볼 수 있느냐는 카톡에 엄마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당장 만나야 한다고 답했다. 도윤이를 갖고 낳은 후 엄마는 친구를 맘 놓고 만나는 게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무섭기도 하고 도윤이를 데리고 외출하는 건 힘든 일이 돼버렸기에 한 번 잡은 친구와의 약속은 절대로 놓칠 수 없다. 도윤이가 돌이 지나고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서 엄마도 친구와의 만남을 갖고 있다. 오랜만에 친구와 아가들을 만날 생각에 엄마는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도윤이는 누나, 형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도윤이가 다섯 살 누나와 세 살 형을 만나게 되는 자리라 엄마로서는 내일 우리집 거실에서 어떤 광경이 펼쳐질지 궁금했다. 도윤이는 동생과 동갑인 친구들은 만난 적은 있어도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또래와는 놀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문짝 앞에서 하늘과 바다


만났던 동생은 주로 여동생이었는데, 도윤이보다 어린 아가들이라 거의 누워있어서 도윤이와 뛰놀 상대는 되지 못했다. 그래도 도윤인 동생 얼굴에 손을 대기도 하며 관심을 보였다. 자기도 아가면서 여동생들을 꽤 귀여워했다.(여자라서 더 좋아한 거 같기도 하다) 그리고 만난 친구들은 다 남자 아가들이었는데 같이 놀기도 하고 각자 놀기도 했다. 어울려 노는 법을 아직 잘 모르는 거 같았다.

도윤이가 이번에 만날 누나와 형을 좋아하며 잘 따를지, 혹은 자기 장난감을 갖고 논다고 성을 내진 않을지. 그러다 한 대 맞지는 않을지 ㅎㅎ. 엄마도 아빠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를 내일을 상상하며 기다렸다.

해맑은 하늘이

두근두근! 서울에서부터 형과 누나가 우리 집에 왔다! 귀염둥이들! 우리집에 아가들이 세 마리나! 택시 타고 1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려온 아가들이다. 엄마 친구 민선이 이모 존경해. 아가 둘을 데리고 이 먼 곳까지 와주다니! 민선이도 아가 둘을 혼자 데리고 나오는 건 처음이라고.

아침부터 비가 내려서 엄마가 서울로 가야 하나 엉덩이를 들썩대기도 했는데, 아빠는 '민선이가 외출하고 싶어서 온다는 거잖아. 집에 있으면 답답하니까. 그걸 몰라서 그래?'라며 머리를 한방 때리는 말에 다시 안심하고 기다렸다. 산 넘고 물 넘고 이곳까지 와준 아가와 엄마 고맙다. 민선이 이모는 아가 둘에 한 짐 가득 안고 들어왔다. (여기에 복숭아도.. 고마워 잘 먹었어) 아기와 외출에 엄마의 한 보따리 짐은 역시 국룰이다. 엄마들..진짜 힘내..사랑해..건강해..

국민문짝 앞에서 옹기종기 셋

도윤이네 방문한 다섯 살 하늘이와 세 살 바다는 처음에는 조금 어색해하다가 금세 적응했다. 도윤이 장난감이 취향에 맞을까 싶었는데 아가들은 오랜만에 본 아기 장난감이 반가운 듯 만지고 놀았다. 남매라 그런지 하늘이와 바다는 둘이서 장난감을 갖고 합을 맞춰 척척 잘 놀았다. 이래서 둘째를 낳는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알아서 둘이 잘 놀다니. '이렇게까지 되는 데에 얼마나 많이 혼을 내었겠느냐'는 엄마 선배 민선의 이야기가 아직도 귀에 맴돈다.

누나 따라가려다 쿵! 형아 쫓아가다 쿵!

도윤이는 형과 누나에게 낯을 가리지 않았다. 오히려 누나, 형이 오니 즐길 준비가 된 거 같았다. 조용히 형아 누나를 따라다니기도 하고 누나와 형이 무엇을 갖고 노는지 자기도 옆에서 바라보곤 했다. 엄마 선배 민선이는 하늘에게 가서 "하늘아, 도윤이는 아직 말을 못 하는 아가야. 그러니 네가 잘 보고 이해해줘"라고 먼저 이야기해줬다. '배려의 여왕'의 딸이자 '배려의여왕2'인 하늘이는 "응"이라고 했다. 이미 누나였지만, 벌써 누나다. 하늘이는 자기 기준에서 동생이 눈치 없는 행동을 해도 일부러 자신에게 해를 끼쳐 한 행동이 아님을 이미 깨우친 다섯 살 아가씨다. "하늘아, 도윤이가 잘못하면 싫다고 말해. 참지 않아도 돼. 이모한테 말해줘"라고 했다. 정말 나의 진심이었다.

도윤이가 누나와 형과 잘 어울리며 놀았지만 역시 동생은 어쩔 수 없는 동생이다. 도윤이는 뛰어다니는 형과 누나를 따라다니기엔 아직 서툰 아가였다. 제 나름대로 누나와 형에게 바쁘게 달려갔지만 닿지 못했다. 다가가면 멀어지고 다가가면 멀어졌다. 형아와 누나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자 같이 하고 싶어도 잘할 수 없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하늘과 바다도 아가지만 도윤이는 정말 아가구나. 100일 지난 여동생들 앞에선 엄청 큰 형아 같았는데, 다섯 살과 세 살 앞에서는 너무나 어린 두 살 아가다.

동요 소리에 움직이는 하늘과 바다. 끼지 못하는 도윤 ㅎㅎ

바다가 한참 갖고 노는 장난감에 도윤이가 눈독 들이자 "안된다"라고 말할 줄 아는 바다의 카리스마. 동생은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었다. 도윤아, 형아 말 잘 들어야 해 ㅎㅎ 엄마는 바다에게 가서 "응 맞아. 바다야 안 되는 거 맞아. 잘했어.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말해줘"라고 했다. 아가이지만 다 안다. 서열도 있고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 예전에 '슈돌'에서 대한이가 자신의 컵을 탐내는 서준이에게 "내 거잖아"라고 말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아빠도 이날 엄마가 전한 이야기에 재밌다며 깔깔 웃었다.

한 달 후면 어린이집에 가야하는 도윤이에게 좋은 경험이 됐을 거다. 또래 친구와 놀이에서 배울 수 있는게 많다. 그들 사이에도 규칙이 있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 해야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 있다. 아직 형제가 없는 도윤이가 서서히 알아가길 바란다.

17세 소녀시절 만났던 엄마들은 34세에 아기를 키우는 엄마가 됐다. 고등학교 미인대회에서 수상한 엄마는 무려 아가가 둘. 세븐을 너무나 좋아했던 그 소녀. 딸이 갑작스럽게 제시한 마트 놀이, 경찰서 놀이도 척척 해내는 으뜸 엄마다. 세븐을 너무나 좋아했던 그 소녀가 맞다. 그랬던 소녀에게 "민선아, '아는 형님에' 나온 세븐 봤어? 이제 나이가 많이 들었더라"라며 과거에 열광한 스타만 나이 먹는 이야기나 했다. 아직도 마음만은 기숙사에서 시험기간 공부하다 밤에 비빔면 끓여 먹고 주말엔 이마트에 장 보러 가며 깔깔거리던 소녀인데. 현실은 아니다. ㅎㅎ토크 테마가 육아에서 육아로,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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