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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이에게

엄마와 첫 기차 여행 출발(2023.10.21) 본문

오늘도 도윤이와

엄마와 첫 기차 여행 출발(2023.10.21)

dearmydoyun 2024. 3. 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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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둘이서 떠나는 첫 기차 여행이 시작됐다. 첫 외박인 셈. 생각보다 이른(?) 나이에 독립하게 된 외삼촌의 집들이를 위해서다. 토요일 오후 우리는 동대구행 열차를 타러 수서역으로 움직였다. 엄마 혼자 보내기 불안한 아빠는 기차역까지 차로 데려다준다고 했다. 우리끼리 가도 괜찮은데, 여하튼 에너지는 조금 아끼는 셈이니, 함께 하기로 한다. 아빠의 배웅을 잘 받고 우리는 무사히 기차 칸에 앉았다. 
 

아빠와 인사
기차에서 마스크 꼭 쓰기

아빠는 기차 안 우리에게 연신 손을 흔들어 댄다. 부럽다. 1박 2일간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테니. 웃는지 우는지 그 중간의 얼굴로 손 흔드는 아빠에게 도윤이는 "아빠, 뛰어가면 안 돼"라며 훈계한다. 아빠가 흔드는 손에 같이 손 흔드는 도윤.

아빠도 떠나고 기차도 출발했다. 기차 안에서 마스크도 잘 쓴다. 아직까진 매우 순조롭군. 잠깐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안 나와, 주머니 주머니"라며 찡찡대긴 했는데, 이정돈 괜찮다. 우수하다.

과자도 하나 꺼내먹었다. 도윤의 최애 뽀로로 과자. 공룡 과자급의 애정템이다. 차분히 간식도 먹고 물도 마시고. 제법 기차 여행 분위기가 나온다. 먹으면서 기분이 좋은지 주변 사람들 불편할 정도로 "우우움~" 소리를 내길래, "조용히 해야 해"라고 따끔하게 공공예절 교육을 시전 한다.
 
이제 기차 창밖 경치를 보는 시간. 드넓은 논과 밭, 그 뒤로 산이 펼쳐진다. 하늘은 푸르다. 청명한 날씨에 기분이 절로 좋다. 도윤이가 한 마디 한다. "이건 식물원이야" ㅎㅎ며칠 전 어린이집에서 소풍으로 다녀온 식물원과 비슷해 보이는 풍경인가 보다. 2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 우리는 잘 견디고 있다. 이제 무사히 내리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택시로 5분만 가면 삼촌 집에 도착한다. 
 
동대구역에 내리기 전, 뭔가 조짐이 심상찮다. 기차에서 낮잠을 잤어야 하는데, 도착할 즈음 영상을 좀 보여줬더니 잠을 못 자 잠투정을 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기차에서 내리기 싫다며 징징 거린다. 하차 대기 중에 소리 지르고 난리. 엄마는 주변인들께 꾸벅꾸벅 죄송하다고 고개를 연신 숙여야 했다. 이날 함께한 분들은 모두 친절했다. 구겨진 얼굴 없이 모두 나와 도윤이를 걱정해 줬다. '도윤이가 불편한 게 있나 보다' 다들 이해해 주는 분위기.. 하.. 힘들다.. 이제 본격적인 게임에 들어선 건가?
 

기차 창밖 보는 도윤

애를 거의 질질 끌다 시피해 택시 승강장까지 갔다. 택시는 탔는데, 안에서 진짜.. 공포 영화가 시작됐다. 당연 도윤이가 주인공이다. 도윤이는 차에 타지 않겠다고 괴성과 몸부림을 쳤다. 왜 이럴까. 정말 택시 기사님께 송구스러울 따름. 택시 기사님은 정말 역대급으로 도윤이의 생떼를 다 이해해 주셨다.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게 감사했다. '얘가 이런 애가 아닌데 왜 이러나' '우린 무사히 들어갈 수 있을까' 앞이 캄캄하다. 그런데 이 와중에 새 아파트라 그런지 기사님이 아파트 입구를 제대로 찾지 못하셨다. 내비가 안내한 대로 갔는데, 정문이 아니었다. 도착 예정 시간이 좀 지연됐다. 고통의 시간도 길어졌다. 기사님도 엄마도 도윤이도.. 요금이 올랐지만, 더 드리는 게 아깝지 않았다. 그냥, 그저 감사했다.
 
그때, 삼촌이 전화가 와서 입구를 잘 찾았느냐고 하는데, 엄마는 진짜 이를 꽉 깨물고 당장 튀어나오라고 했다.. 그냥 보이는 건물을 말해주고 여기로 얼른 나오라고.. 도윤이 안고 나 못 들어가니.. 하.. 정말 혀 깨물고 이 세상을 마감하고 싶은 순간이었다. 그냥 기차에서 재웠어야 했는데. 너무 기차 여행 낭만에 빠졌던 건가.. 내가 영상을 왜 보여줬을까. 아니, 낮잠을 안 잤다고 해서 이 난리까지 칠 일인가. 기차가 도윤이에게 이렇게까지 인상적이었나? 진짜 혼란스러웠다. 이게 이럴 일이냐고.
 
삼촌과 만났고 겨우 안아 집으로 갔다. 이 날은 삼촌의 집들이 날. 엄마의 사촌들이 모두 모였다. 결혼 후 쉽게 볼 수 없는 반가운 얼굴들이다. 다들 도윤이만 기다렸는데, 애가 울고 불고 난리니. 어른들도 당황. 우리는 신경 쓰지 말고 애기 달래라고, 우리 천천히 가도 된다고(다들 점심 먹고 후식 먹고 우리만 기다린 상황. 기차표가 없어서 겨우 내려가느라 시간대가 애매). 역으로 마중 갔어야 했다는 등 따듯하다. 
 
일단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도윤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집 안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떼스기에. 낯선 얼굴이 많으니 더 그랬던 거 같다. 삼촌과 도윤이를 데리고 편의점에 갔더니 살아난다. 이것저것 자기가 먹고 싶은 음료수, 과자, 우유 등을 샀다. 도윤이 밥은 준비하지 않은 솔로 삼촌. 김과 계란도 샀다. 바깥바람을 좀 쐬고 들어가니 도윤의 컨디션이 나아졌졌다. 휘몰아쳤던 잠이 잠깐 달아났나 보다. 휴. 이제야 아재, 이모들과 재미있게 논다. 아.. 엄마는 지친다. 
 
이날 엄마 사촌 부부와 그들의 돌도 안된 아가도 왔다. 딸이라는데, 딸은 어떨까? 오랜만에 이렇게 작은 아가를 안아보다니! 이 아가는 우량아다. 연령대치곤 무게가 나가지만, 아들과 다른 가벼움이 있었다. 하 귀여워. 오동통한 아가. 오랜만이다. 힘들게 대구까지 내려왔지만 반가움의 연속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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