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도윤이에게

환절기 감기 타이밍이 왔다(24.04.08) 본문

2024년 행복한 도윤이네

환절기 감기 타이밍이 왔다(24.04.08)

dearmydoyun 2024. 4. 17. 00:00
728x90
반응형

토요일에 할머니 할아버지와 율동공원에서 신나게 놀고 온 밤. 갑자기 도윤이 몸이 뜨끈하다며 열이 나는 거 같다는 할머니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 아, 드디어 올게 온 것인가?

체온계를 귀에 갖다 대니 38.7도로 뜬다.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흙. 오늘 밤은 힘들겠구나. 부루펜 먹이고 재우니 좀 열이 떨어졌다가 약 기운이 끝나면 39.9도까지 올랐다. 미룬 잠을 좀 채울 거란 기대로 침대에 누웠는데 단잠의 기회는 저 멀리 가버렸다.. 월요일에도 도윤인 어린이집에 못 가겠구나..토일일이 되어버렸군.

역시 열이 나는 밤은 힘들다. 열이 39도까지 올랐다. 약을 먹이면 내리고, 반복이다. 기침을 하면 누런 코가 나왔다. 베개까지 묻었다. 열 재는데 성실한 아빠는 “베개에 가래가 묻었다”고 했다. 그래서 엄마는 “가래가 묻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라고 했다.. 그리고 아빠는 성질을 냈다. 나한테 왜 화를 내지?

도윤이가 코가 막혀 숨을 잘 못 쉰다며 베개를 3개나 쌓아놓은 양반이다. 그래서 더러운 베개 하나 더 빼면 어떻게 하냐고, 어떤 대책이 있느냐고, 새 베개를 올릴 거냐고 물은 건데 되레 성질이다. 손님 떠받들듯 떠받쳐 줘야 한다. 자기만 잠 못 자나. 나는 내일 하루종일 애 봐야 하는데.

월요일 아침이 밝았다. 제일 먼저 어린이집에 도윤이가 열이 나서 하루 정도 더 지켜보겠다고 연락했다. 그 후 엄마는 더 잤다. 도윤이도 엄마도 밤새 뒤척였다. 계속 안아달라는 도윤이, 그래서 어깨와 팔이 떨어질 거 같은 엄마. 개피곤하다. 도윤이도 늦게까지 자게 뒀다. 10시가 조금 넘으니 일어나는 도윤이. 8시부터 일어나 뒤척이다 눈 감았다 나름 엄마의 개인시간이 있었다. 유튜브 좀 봐도 되려나 하고 일어나 거실로 나갔는데, 도윤이가 깨 안방에서 나왔다. 제대로 보지 못하고 얼른 도윤이 밥을 차렸다. 밥을 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영상도 보겠다고. ㅎㅎㅎ 그래, 밥을 먹이고 병원에 가자.

소고기 채소 볶음밥에 참기를 둘러 밥을 먹였다. 고고다이노를 시청하면 잘 먹을 줄 알았더니, 시선은 화면에 고정, 입은 움직이지 않는다. 냠냠하라고 요녀석아. 엄마는 너 먹이고 입히고 나 씻고 입고 나가야 해. 바쁘다 바빠. 여유 있게 병원 진료를 11시50분에 예약을 해뒀는데, 늦겠다. 도윤이 먹이면서 옷을 입혔다. 그리고 엄마는 부리나케 씻으러 갔다. 아, 안방으로 갔는데 온몸이 너무 아파 누웠더니 15분이 그냥 갔네. 하..아직 오전인데 벌써부터 이러면 안돼ㅠㅠ

하. 내 몸을 씻는 건 잘못된 판단이었나. 우린 병원에 12시에 도착. 다행히 대기자가 없어서 바로 들어갔다.

도윤이는 진료실에 들어가자마자 “저 코 안 뺄 거예요”라고 한다. 선생님께서 “안 뺄 거야”라고 하셨는데, 도저히 안 되겠나 보다. “어머님, 코 좀 뺄까요?”라고 작게 말씀하셔서 엄마는 흔쾌히 “네 선생님”이라고 했다. 분위기 파악을 한 이도윤은 코를 빼지 않겠다고 난리를 쳤다. “조금만 참아 도윤아, 끝나고 영상보자”라고 거짓말을 했다. 엉엉 울었고 금방 끝났다. 끝나자마자 “나 코 빼는 거 무서워. 영상 볼 거야. 엉엉”

약국에 가서 진정했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공룡 장난감, 그네도 타고 다른 친구에게 말도 걸고. 물고기도 보고. 약국 선생님께 받은 비타민도 먹고. 약국의 서비스를 제대로 즐긴다. 나가자과 해도 도통 말을 듣지 않는 녀석. 엄마의 필살기 나간다. “도윤아 식당가자”

엄마는 아침에 단백질 셰이크만 먹었다. 주말에 과식해서 속을 좀 비울 겸해서다. 그런데 고만 체력이 떨어진다. 뭐라도 먹어야겠는데, 마땅치 않다. 안동국수를 먹으러 가고 싶은데, 차타고 갈 힘은 없고 해서 밀숲에 가서 칼국수를 먹기로 했다. 도윤이와 함께 점심 데이트. 도윤인 배가 부를 거 같아서 만두를 하나 시켜줬다. 여윽시 우리 도윤인 앉자마자 “영상 보고 싶어요“라고 한다.

칼국수와 만두를 먹었다. 아침밥을 든든하게 먹은 도윤이도 만두를 반 잘라 식혀 주니 잘 먹는다. 만두는 제 입맛에 맛나보다. 엄마는 너무나 배부르게 브런치를 먹었다. 밀가루 폭탄. 이럴 거면 집에서 밥을 먹을 걸 싶지만, 뜨뜻한 국물에 땀도 나고 힘이 난다.

이제 후식을 먹어야지. 커피 한 잔을 먹어야 제대로 정신이 든다. 커피 먹고, 탄천 한 바퀴 돌고 가면 도윤이가 낮잠을 잘 자지 않을까. 그리고 도우미 선생님께서 오후 5시에 오시면 딱 깨어날 거고. 엄마는 그때 좀 자유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며 혼자 계획을 세웠다.

커피를 사들고 탄천으로 향했다. 낮 기온은 반팔이 생각날 만큼 꽤 많이 올랐다. 체감 온도는 20도다. 유모차를 태우고 탄천으로 가니 육아휴직하고 도윤이 데리고 산책 갔던 게 생각난다. 일 그만두고 도윤이가 아파서 어린이집에 못 가는 상황이지만 나쁘지 않다. 나름 평온한 오후다. 역시 배가 부르니 기분이 좋아진다.

도윤이도 유모차를 타고 탄천에 가니 편해 좋다고 했다. 발가락을 다쳐 걷는게 불편한 도윤. 눈 앞에 까치가 보이자 내려달라고 했다. 까치, 비둘기, 참새를 종종 거리며 따라갔다. 가까이 가면 날아가버리는 새들. 도윤이는 서운해하다가 엄마 안아달라고 했다. 평일의 오후를 오랜만에 둘이서 온전히 즐겼다.

돌아오면서는 좀 걸어보겠다기에 유모차에서 내려줬다. 계단도 걷고 도윤이가 좋아하는 사자 별자리 타일도 보러 갔다. 놀이터에도 가겠단다. 노노 베이비! “놀이터에서 놀면 먼지가 많이 나서 콧물이 계속 나고 감기가 빨리 낫지 않아. 고생할 거야”라고 타이르니 말을 잘 듣는다. 오케이~ 이제 집에 가서 낮잠 자자.

웬걸? 안 잔다. 밥을 달란다. “배가 부를텐데?”라고 하니 우유를 달란다. 그러면서 신나게 냉장고로 가서 자기가 직접 우유도 꺼낸다. 오노 베이비..

컵에다 우유를 따라 전자레인지에 돌려줬다. 우유 많다고 찡얼. 쏟을 거 같아 빨대까지 꽂아줬는데, 노란색 빨대를 달란다. 도윤이의 최애 색이 노란색이다. 매번 노란색으로 달라고 해서 동이 났다. “빨대, 초록색밖에 없어.” 카스텔라 빵도 같이 곁들여 먹었다. 엄마는 커피와 빵을 함께 먹엇다. 빵 먹으면서 부스러기 다 흘리고. 하..얼른 먹고 자자.

도윤이는 어린이집에 안 가고 집에 있으니 자기 마음대로 해서 편하고 좋은 가보다.. 빵 먹고 우유 먹고, 부스러기 주워 먹고, 누워서 장난감 갖고 놀다가 바지도 짧은 거로 갈아 입었다. 난리다. 침대 가서 엄마는 낮잠 잘거라고 하니, 자기도 가겠단다. 오케이 다 왔어!

엄마는 눈감고 자는 척. 그리고 도윤인 “엄마, 나는 엄마랑 안방에 있다가 거실로 가서 같이 놀고 싶어”라고 한다. 못 들은 척하고 자는 척을 이어갔다.

도윤인 자기 방에 가서 사운드 북을 가져왔다. 그런데 소리가 나는 기계는 없다며 찾아달란다. 엄마는 모른척했다. 그리고 도윤이를 안고 눕혀 이불을 덮어줬다. “도윤이 바지가 짧아서 이불 꼭 덮고 자야겠다”그랬더니 긴 바지를 달라고 한다. 사운드 기계 찾아달라, 긴 바지 갔다 달라. 엄마는 화가 끝까지 올랐다. “도윤아, 니가 긴바지에서 짧은 바지 갈아입었고, 사운드북은 엄마가 니 방에 있다고 했지. 찾아봐야지. 니 책이고 니 바지잖아. 니가 다 가져와야지?”라고 하자 이해하는 눈빛이다. 쪼꼬미가 뭘 알겠느냐만…서럽다고 엉엉 운다. 안아줬다. 그리고 “책은 도윤이 거고, 도윤이가 바지 갈아 입은 거고. 그러니까 도윤이가 하고 싶은 거면 도윤이가 해야 하는 거야”라고 말하고 달래줬다. 안아주니 스스륵 잔다. 잠투정이었던 거다. 애기가 혼자서 뭘 할 수 있겠어. 하지만, 자야 해. 자야 하는 시간에 뭘 더 해줄 순 없었어 이도윤. 낮잠이 늦어지면 밤에 니가 더 힘들어져.

도윤이가 안 아팠으면 좋겠다. 열이 40도에 육박하는 도윤이 보면 안타깝다. 어른도 힘든데 애는 얼마나 힘들꼬. 무직이기에 도윤이가 아플 때 어린이집에 안 보내고 내가 돌볼 수 있는 상황이 돼서 너무 다행이지만, 너무 힘들다.
어른들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애기 보는 거 한때다. 육아는 의미 있는 일이다. 어릴 때나 엄마 찾지, 조금만 지나면 찾지도 않는다. 다시 안 돌아올 시간 아기 잘 돌봐야 한다’고 하는데, 늘 엄마 몫이다. 아빠한테는 이 시간이 돌아오는 건가요? 돈만 벌어 오면 해당사항이 없는 건가요? 엄마도 돈 벌어 봤어요. 돈 벌 수 있고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 둘째? 오노.. 생각도 하면 안 됨. 이상 엄마 속풀이 끝.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