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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이에게

도윤아 고맙다 22.08.04 본문

오늘도 도윤이와

도윤아 고맙다 22.08.04

dearmydoyun 2022. 8. 1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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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엄마에게 와줘서

서울대학교병원 암병동 옥상정원에서 바라본 창경궁 전경

창경궁이 쫘악 펼쳐진 모습에 감탄이 나왔다. 수려한 산이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드넓은 정원과 숲, 정열 된 건물들이 가지런히 펼쳐져 있다. 이 뷰는 서울대학교병원 암병동 옥상정원에서 볼 수 있다. 엄마가 친구를 보러 간 날 경치에 놀라 찍어둔 사진이다. 햇살이 강한 오후 시간에 엄마와 친구는 답답한 병원 건물에서 빠져나와 산책하며 창경궁 뷰를 함께 바라봤다. 숨 막혔던 가슴이 조금이나마 트이는 시간이었다.

도윤이의 친구이기도 하고 엄마와 가장 오래된 친구 아들 👶🏻이는 23주에 550g로 태어나 그날부터 바로 병원 생활을 시작해 1년 5개월째 병실에 머무르고 있다. 병원도 두 번 바뀌었고 전신마취로 수술도 여러 번 했다. 엄마의 심장을 덜컹거리게 한 순간도 종종 있었다. 언제쯤 상태가 나아지려나 기대와 걱정으로 롤러코스터를 탄 시간이 1년이 훌쩍 넘었는데 최근에 상태가 나아져 일반병실로 옮겼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병원에서 돌까지 지난 👶🏻는 엄마를 드디어 만났다.

할머니집에서 목욕 중인 도윤
외삼촌 방에 보행기 타고 들어간 도윤
꼬까옷 입고 방긋 도윤
아빠와 광교 산책 후 한컷
주차장 나갑니다~
산책 가기 싫어요
어린이인척 하는 도윤
크라스마스 이브에 산타 도윤
졸리 점퍼 탄 병아리 도윤
당근에서 장만한 아마존 쏘서

아기의 상태가 좋아져 일반병실로 옮기게 돼 서울로 올라온다는 친구의 전화에 엄마는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드디어 현실로 들어왔구나’ 싶은 마음에 걱정이 앞섰다.

엄마는 친구에게 전화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용기 내 전화해 물어봤다. 분명히 힘들 걸 알면서도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어 “몸은 힘들어도 아들 옆에 있으니 마음은 편하지?”라고 말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은 “몸도 마음도 힘들다.” 엄마도 다시 실감했다. 피할 수 없는 현실을. 건강한 아이를 케어하는 것도 힘든데 아픈 아이를 돌보는 건 안 해본 사람은 가히 알 수 없는 부분이다. 환자의 보호자는 기본적으로 밥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잠도 푹 잘 수 없다. 보호자 침대에선 그날 내내 굽혔던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한 채 통증에 시달려야 한다.

친구 말에 따르면 밤에 2시간마다 아기 콧줄에 약과 밥을 넣어줘야 한다. 5kg 정도 되는 아가에게 한 번에 투여해야 하는 약은 2.5ml 정도. 한밤중에 약통의 눈금을 확인하기에 쉬운 양은 아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위기 상황은 엄마를 지옥으로 보냈다. CPR이 필요한 응급신호가 닥치면 엄마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는 다. 누군가에겐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을 상황이 엄마 친구의 현실에 머무르고 있다.

전화를 끊은 후 엄마는 친구에게 당장 달려가고 싶었다. 우선 밥을 잘 먹여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도윤이를 병원에 데려갈 수 없으니 시터 선생님이 오시는 날에 가기로 마음먹고 장을 봤다. 드디어 그날이 왔고 엄마는 바쁘게 준비한 반찬과 간식, 음식을 싸들고 병원으로 갔다.

담요 뒤집어 쓴 도윤
외할머니가 사주신 마스크
은해사에서 한 컷
외할아버지께 안겨 석굴암 등 구경

병원에서 엄마는 친구를 보고 얼굴이 노랗게 떠 있는 모습에 안타까웠다. 친구는 아닌척했지만 이미 진이 빠질대로 빠져 있었다. 반찬을 병실에 올려다 놓고 오라 하고 기다렸다. 도착한 서울대학교 병원 소아병동은 시골 장날을 방불케 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 혼이 쏙 빠졌다. 아픈 아이들이 너무 많구나 싶어 놀랐다. 나중에 도윤이도 피지선 모반 수술을 받으러 가야 해 이런 광경을 또 보게 될 거다. 사실 피지선 모반은 건강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병이 아니기에 엄마는 나쁘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더욱이 이 상황을 보니 더 그래야겠다 싶었다.

이날 친구로부터 같은 병실에 쓰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보니 또 한 번 현실을 실감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아이는 35주 이른둥이로 태어났는데 뇌종양을 앓아 현재 항암치료 중이다. 도윤이도 34주에 태어난 조산아다. 다행히 건강엔 이상이 없다. 남의 사정을 보며 나의 행복을 느끼면 안 되지만 도윤이가 건강하게 태어난 건 정말 행운이라는 걸 다시 깨달았다.

세상에 아픈 아기들이 많다는 걸 도윤이를 가진 후에 알았다. 내 주변까지 들어와서야 아가들의 여러 사정을 둘러보게 된 거다. 도윤이도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많이 걱정시켰다. 폐에 물이 찬 채로 펴지지 않아 링거를 맞아야 한다고 해 엄마를 놀라게 했고 피지선 모반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라 날벼락을 맞은 거 같았다. 여기에다 황달이 심해 일주일간의 입원, 그리고 집에 와서도 황달이 떨어지지 않아 엄마 아빠는 언제 정상 수치로 올라올까 걱정만 했다. 주변에서 다 괜찮은 거라고 해도 맘은 쉬이 그 말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 이후에도 기저귀 발진, 구내염, 햇빛 알레르기 등 부모의 걱정은 말하자면 끝도 없다.

졸리점퍼에서 꺄르르 도윤
청경채 맛 보고 충격 (부제 예나가 선정이 딸이에요)
피지선 모반이 부풀어 올랐.. 어떻게 잤길래 머리카락이 돌돌 말렸나..
욕조에서 아기 수영
숙이베어 끌어안은 도윤
아빠랑 한 컷
접종 후 열이 난 도윤
아기띠 하고 한 컷
도윤 백일기념 호캉스에서 사장님 포즈
엄마와 한 컷

도윤이 덕에 엄마도 부모가 얼마나 많은 걱정을 하는 존재인지 알게 됐다. 아이의 사정이 나아지길 기다리고 기다려야 하기에 부모가 힘들지만 그래서 대단한 존재다. 엄마의 친구도 그리고 도윤의 친구도 그렇게 거듭나고 있다.

옆 침대 아기 엄마의 추천으로 병원 전망대에 다녀와 한 숨을 돌린 내 친구가 앞으로도 긴 레이스를 무사히 완주할 수 있도록 엄마도 곁에서 힘을 주고 싶다. 도윤이도 괜찮다면 친구를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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