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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이에게

아빠와 문센다녀왔어요 22.08.01 본문

오늘도 도윤이와

아빠와 문센다녀왔어요 22.08.01

dearmydoyun 2022. 8. 14.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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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이도 행복하니?"

아빠와 도윤이가 함께한 문화센터 수업

이번 문센은 아빠와 함께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엄마를 대신해 아빠가 도윤이와 문센 수업에 참여하게 됐다. 엄마는 일주일 중 낙인 월요일 문센을 아빠에게 양보해 아쉬웠지만, 한편으론 1시간 정도 쉴 수 있어 좋았다. 아침부터 도윤이를 데리고 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에 피지선모반 수술 상담을 다녀와 피곤한 데다 한 달 만에 찾아오는 붉은 손님으로 엄마의 컨디션은 저조했다. 선근증으로 인한 통증은 출산 후에도 엄마를 너무 괴롭히고 있다. 마음 같아선 같이 문센 갔다가 장을 보고 오고 싶었지만 엄마는 아빠에게 도윤이와의 시간을 부탁했다.

 

아빠와 처음으로 같이 한 문센 수업은 '청소하기'였다. 아빠 핸드폰 사진첩 속 도윤이는 분홍색 헤어밴드에 앞치마를 둘렀다. 헤어밴드는 처음인데 귀엽긴 하다. 이날 선생님께서는 '아들이 딸로 변하는 순간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단다. 도윤인 그다지 딸 같진 않다ㅎㅎ. 

문센 '청소하기' 수업에서 헤어밴드와 앞치마를 한 도윤
여자아이 같나요?

문센 교실을 활보 중인 도윤

아빠 말에 따르면 이날 도윤인 수업 중반즈음 교실을 활보했다. 사진 속 도윤이는 아무렇지 교실 중앙을 거닐고 있다. 또, 선생님과 마주하는 친구들을 보기도 하면서 여유로운 얼굴로 수업에 참여 중이다. 이제 엄마는 도윤이가 문센에 적응하지 못할까 염려하지 않아도 되겠다. 또 도윤이가 엄마가 아닌 아빠와 함께한 수업도 잘 따라줘 고맙다.

 

반면 이날 아빠는 수업 분위기에 적응하기에 바빴다. 우선 수업 전 교실을 물어 찾았고, 도착해선 이름표를 아이에게 붙여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에 헤맸다. 고맙게도 옆에 아기 엄마가 친절하게 알려줘 아빠는 수업에 임할 수 있었다. 엄마가 미리 말해줬어야 하는데. 무슨 수업인지 얘길 안 해줬구나. 그래도 그 시간엔 한 수업밖에 진행하지 않아 다행이다. 그리고 센터 직원들의 안내를 받았다고 하니 큰 문제는 없었다. 

문센 교실을 걸어다니는 도윤

집으로 돌아온 아빠와 도윤은 문센의 여파로 저녁잠을 잤다. 아빠는 도윤에게 "도윤아, 아빠는 오늘 너무 행복했어. 우리 도윤이와 문센을 같이 들을 수 있어서"라며 웃었고 얼마 되지 않아 안방으로 들어가 침대서 쿨쿨 잤다. 도윤이는 여느 때처럼 거실 바닥에 누웠다.

 

아빠는 알차게 진행된 문센 수업에 꽤 만족스러워 했다. 하지만 밀려오는 피로는 어쩔 수 없다. 아침부터 아기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가 오후엔 문센 수업을 듣는 일정은 지칠만 하다. 낮잠을 좀처럼 자지 않는 아빠인데 푹 잤다. 깨어난 아빠는 자고 있는 도윤을 보며 "그래, 이 모습이야. 내가 퇴근하고 왔을 때 도윤이가 자고 있었고. 그래 맞아"라며 하루가 끝날 무렵 연차를 실감했다. 

연구중인 도윤

문센 수업 참여 이후 아빠는 많은 것을 느꼈다. 아빠는 엄마들이 집밖에 나가야 숨통을 트고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거 같다고 했다. 그리고 문센 수업 후 마트에서 장 보는 것이 소소한 재미인 거 같다고. 아빠는 이날 엄마의 부탁으로 치즈떡볶이를 사 왔다.

 

그리고  아빠는 지난날의 엄마의 심정을 조금 이해했다고 털어놨다. 이전에 엄마는 도윤이를 아기띠에 매고 갔다가 화장실에서 너무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엄마의 상황을 듣은 아빠는 '더럽다'라고 했다. 아이를 잠깐 변기 커버 위에 눕혔다는 말에서. 엄마는 아기띠가 골반에 딱 붙어 있기 때문에 바지 지퍼를 올릴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그랬다고 했는데 아빠는 '힘들었겠다' '애썼다' '곤란했겠구나'라고 위로하거나 이해하기보다 '변기에 아기를 뒀다'는 말에 더 크게 반응했다. 그런데 아빠가 이날 혼자 아이를 데리고 화장실 가보니 너무 힘들었던 거다. 해봐야 안다. 아빠는 도윤이를 한쪽 어깨에 들쳐 메고 화장실에서 볼 일을 봤다. 그 나름대로 아마 식은땀 좀 흘렸을 거다.

문센 수업 중인 도윤

흠.. 이날 엄마는 잘 쉬었을까. 그렇지 못했다. 아빠는 문센에 가기 전 엄마에게 미션을 주고 가 분노를 샀다. 오죽하면 엄마가 문센을 가지 않았을까. 배도 아프고 거동도 힘들다고 하는 엄마에게 아빠는 도윤이 이유식을 만들라고 했다. 도윤이가 없을 때 이유식을 만드는게 더 나을거라며. 도윤이가 주방에 들어와 서성이면 위험하니 부자가 문센에 가 있을 때 만들라는 거다. 그래, 각자의 생각이 너무나 다르다. 엄마는 휴식을 원했고 아빠는 자신이 아이를 보고 있으니 그동안 엄마도 뭐든 해야 한다는 거다.

 

휴식이 고픈 엄마는 아빠에게 "도윤이 문센 마치고 나서 이유식 만들면 되지 않느냐. 그때 아빠가 있으니 도윤이가 부엌에 와서 다칠 일은 없다. 엄마가 이유식 만들 동안 아빠가 도윤이를 봐라"라고 하니 "그래도 도윤이가 없을 때 이유식 만드는 게 낫지 않느냐"며 도통 엄마의 마음을 읽지 못한다. 아빠는 도윤이 이유식을 만든 적이 없다. 엄마처럼 선근증을 앓을 수도 없다. 엄마만 답답하다. 그래도 엄마는 도윤이가 문센에 가 있는 동안 이유식을 만들었다. 

아빠가 식기세척기에 돌려 볼이 망가진 콩콩이차퍼

엄마는 이유식을 만들 때 필요한 콩콩이 차퍼가 망가졌다는 걸 떠올랐다. 아빠가 식기세척기에 콩콩이 차퍼를 넣었다가 망가뜨렸다. 엄마가 부단히 말했건만. 아빠는 또 기억이 없다. 결국 엄마는 도윤이 식사를 위해 고기를 비롯해 각종 채소를 일일이 칼질했다. 서있을 수가 없어 조각낸 채소를 믹서기에 갈았는데, 너무 갈려 다시 꺼내 칼질했다. 결국 도윤이 이유식은 이날 죽과 밥 두 가지로 만들었다. 그래, 도윤아 영양만점 죽으로 소화 잘 시키고 식감 살아있는 밥으로 식사를 잘 즐겨보렴! 엄마와 아빠는 도윤이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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