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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이에게

눈치 없이 찾아온 코로나 22.08.19 본문

오늘도 도윤이와

눈치 없이 찾아온 코로나 22.08.19

dearmydoyun 2022. 9. 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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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독박 육아 시작

코로나 증상을 느끼고 자가격리에 들어간 아빠돌봄 첫날 엄마가 홀로 분을 삭이며 먹은 눈물의 양념 반 후라이드 반 그리고 양념닭똥집.

아빠가 코로나에 걸렸다. 엄마의 예정된 여행과 운동은 모두 취소. 그리고 도윤이 돌봄 선생님이 오시기로 한 일정도 모두 중단됐다. 엄마의 일주일 중 유일한 낙인 문화센터 수업도 결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갑작스럽게 코로나 환자가 되어버린 아빠. 도윤이와 엄마는 멘붕에 빠졌다.

금요일 아침, 아빠가 출근할 시간인데 현관이 아니라 안방으로 들어와 엄마의 발을 손으로 건드려 깨웠다. 엄마는 눈을 뜸과 동시에 세한 기운을 느꼈다. “왜? 코로나야?”라는 물음에 “그런 거 같다”라고 답한 아빠. 그러고 보니 아빠는 마스크에 라텍스 장갑을 끼고 있었다. “열은?”이라는 물음에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럼 됐다. 열 안 나면 안 아파”하고 엄마는 다시 누웠다. 아빠는 이날 아침 회사를 가지 않고 검사소가 열리는 시간에 맞춰 PCR 검사를 받으러 갔다.

비상이다. 엄마는 이제 일주일간 도윤이를 홀로 돌봐야 한다. 도윤이는 빠르면 밤 10시, 늦으면 11시 넘어 잠에 들고 아침엔 8~9시에 깬다. 엄마는 눈을 떠서 잠들 때까지 온종일 도윤이를 케어해왔다. 도윤이가 늦게 자다 보니 혼자만의 시간이 없다. 그래서 복직 전 공부를 하고 싶어도 시간과 몸이 따라주지 않아 스트레스였다. 그래도 늘 정시 퇴근하려고 노력하는 아빠 덕에 그리고 일주일에 두 번 와주시는 돌봄 선생님 덕에 도윤이 육아를 도움받고 최근에 운동이라도 할 수 있었는데 이 시간 이후로 (당분간) 중단된다니 엄마는 속상했다.

복직을 한 달 여 앞두고 급하게 운동을 시작하면서 나름대로 계획을 짜고 차근차근 컨디션을 올리고 있었다. 또 출산 후 처음으로 친구들과 여행을 앞두고 있었는데.. 계획한 것들이 무산돼버려 화가 뻗쳤다. 이를 모두 아빠 탓으로 돌렸다. 눈치 없는 코로나를 탓해야 하는데 코로나에 걸린 아빠가 몹시 미웠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팔자 탓을 심하게 했다. 도대체 하늘은 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게 막는가. 내가 조금이라도 행복해지는 걸 원치 않는가.

어쨌든 아픈 아빠와 아기 도윤을 돌봐야 하는 현실을 피할 수는 없다. 엄마는 도윤을 데리고 부모님들 댁에 내려갈까 했다. 그런데 아빠는 본인이 내려가겠다고 했다. “어떻게 환자가 이동하느냐, 우리가 가야 한다”는 엄마와 “어린 도윤이를 데리고 3시간 넘는 거리를 어떻게 이동하느냐”는 아빠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그러다 엄마의 말대로 그냥 세 식구 모두가 집에 머물기로 했다.

사실 엄마도 도윤이와 단둘이 갈 몸상태가 아니었다. 요즘 엄마는 일주일에 두 번 헬스 PT와 필라테스 개인 레슨을 같은 날에 받는 빡센 운동 스케줄로 늘 몸살을 앓고 있다. 도윤이를 맡긴 시간에 운동을 할 수 있어서 고생스럽게 몸을 혹사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운동 후엔 늘 아프고 나을만하면 다시 운동하러 가는 날이다. 그렇게 골골한 상태로 엄마는 도윤이와 대구까지 갈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도윤이가 코로나에 걸리면 정말 최악이었기에 엄마는 아빠에게 “우리가 갈게”라고 했다. 하지만 그새 컨디션이 뚝 떨어진 아빠는 “아픈 나를 두고 어디 가느냐”라고 말을 바꿨다. 엄마는 본인 몸만 걱정하는 거 같은 아빠가 괘씸했다. 꾹꾹 분노를 눌러 담고 다시 생각했다. 그래, 내 가족은 내가 지킨다!

아빠는 작은 방에서 격리하기로 했다. 엄마는 일회용 도시락 통에 밥과 반찬을 준비해 줬다. 그리고 마켓컬리에서 황태, 콩나물, 소고기 등 10만 원어치 장을 봤다. 잘 먹어야 얼릇 낫지. 그래야 얼른 도윤이도 같이 돌보지ㅠㅠ. 아빠가 건강해야 우리 가족 모두가 산다. 그러려면 엄마가 슈퍼우먼이 될 수밖에.

전날 필라테스와 헬스 수업 후 운동한게 아까워 다이어트 식단을 파는 짐키친에서 틸라피아를 사먹었다. 틸라피아는 생선요리.

도윤이 밥 챙기랴 아빠 밥 챙기랴 생각보다 정신없었다. 아빠 밥 챙겨주면 도윤이는 자기를 돌보라고 보챘다. 그리고 도윤이 밥을 주고 나면 엄마는 넉다운. 먹고 나선 도윤이 응아 치우기, 간식 주기, 책 읽기, 놀아주기, 안아주기의 무한 반복. 내 밥을 차려 먹을 힘이 없다. 그렇게 식사를 건너뛰다 엄마는 양념치킨과 후라이드 치킨, 그리고 닭똥집을 시켰다. 주중에 운동을 열심히 하고 토요일에 친구들과 여행에서 먹고 싶었던 치킨을 엄마는 홀로 먹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운동한 게 아쉬워 짐키친에서 식단 도시락을 먹었는데, 놀러도 못 가게 되니 아쉬운 맘에 치킨을 시키고 기분이라도 내려 집에 있는 무알콜 맥주도 꺼냈다. 도윤이가 자고 있어 좀 먹을 수 있겠지 하고 한입 먹었을 때 도윤이가 깼다. 먹을 게 앞에 있어도 먹을 수 없다. 나쁜 기분을 치킨으로라도 해소될까 생각한 자신이 어리석을 뿐이다.

눈치 없이 우리집에 찾아온 코로나 꺼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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