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홀로 도윤이를 돌봐야 하는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아빠의 코로나19 감염으로 세웠던 계획이 무산돼 가슴이 찢어질듯한 고통은 겪고 있는 엄마는 힘겹게 마음을 다잡고 우리 가족이 얼른 회복하길 바라며 아빠와 도윤의 아침을 챙기는데 집중했다.
도윤이 밥까지 챙기고 젖병을 씻던 중 엄마는 아빠로부터 놀랄만한 소식을 들었다. 어제 받은 PCR 검사 결과에서 음성이 나왔다는 것. 엄마는 다급하게 “그럼 나 놀러 간다?”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PCR이 어떻게 잘못됐을 수가 있어? 다시 받으러 가지 마”라고 말렸다. 하지만 아빠는 키트에서 양성이 나온다며 다시 검사소로 가겠다고 했다. 아빠는 전날 본인의 이상 증세에 스스로 코로나를 의심하며 자가 키트에 양성이 나올 때까지 코와 목을 다 쑤셔 검사한 사람이다. 아빠가 코로나임을 확신하는데도 엄마는 또 혹시 아닐 수 있지 않느냐며 스스로 희망고문을 했다.
엄마와 여행을 가기로 한 친구들이 있는 채팅방에는 약속 장소에서 만나기 전 부지런한 대화들이 오갔다. 나도 저런 설렘을 느끼며 함께 즐거워했을 텐데 친구들이 잘 놀았으면 좋겠다가도 공허하다. 이 현실이 믿기지도 않다. 이런 날벼락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하.. 정말 이 마음은 아주미들은 알 거야ㅠㅠ 꾹꾹 눌러온 스트레스를 풀 기회는 없고 친구들과 만날 그날만 바라보며 가고 있었는데. 열심히 운동하고 친구들과 놀고 와서 또 운동해 멋지고 건강하게 회복하고 싶었는데..
친구들이 숙소에 잘 도착했다는 반가운 인증샷에 엄마는 도윤이를 재운 사진으로 친구들에게 답했다. 그래, 일단은 이렇게 도윤이와 지지고 볶는 육아를 해야 한다. 도윤이도 힘들 거다. 갑자기 방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 아빠. 문 너머로 기침 소리만 들리고 영상으로만 아빠를 만나야 하는 것이 도윤이도 이상할 거다. 게다가 무얼 하느라 바쁜 엄마는 계속 도윤이에게 무언가를 하지 말라고만 하고. 놀아줄 만하면 놀아주지 않는 엄마에 뿔이 날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날 도윤이는 머리 말리는 엄마 옆에서 넘어져 상순소대가 찢어졌다. 엄마는 그것도 모르고 우는 애를 달래고 유모차에 태워 약을 타러 산부인과로 갔다. 진료를 다 보고 나왔는데 도윤이의 입 주변에 피가 흥건했다. 도대체 어디에 상처가 났기에 아직도 피가 멈추지 않은 건지 몰라 놀란 엄마는 소아과로 갔다. 토요일이라 진료 시간이 빠듯해 부리나케 달려갔다. 엄마는 진료 전 긴장한 도윤에게 과자를 줬다가 과자가 시뻘겋게 물든 것으로 보고 또 한 번 크게 놀랐다. 너무 놀라 정신이 나간 엄마는 진료순서가 되어 도윤이를 부르는데도 대답 못하고 너무 “도윤아, 도윤아”만 외쳤다. 도윤이는 과자를 들고 멀뚱멀뚱 쳐다봤다. 업마는 진정하고 피 묻은 과자를 가방에다 넣고 핸드폰은 접수대에 올려두고 진료실에 들어갔다.
선생님께서 찢어진 상순소대를 보여주시는데 엄마는 눈을 질끈 감았다. 작디 작고 짧디 짧은 도윤이의 상순소대는 너덜너덜.. 피가 너무나 거즈를 닦아주시는 선생님. 도윤이는 크게 울음을 터트렸고 엄마도 고개를 돌렸다. 선생님은 계속해서 다친 부위를 확인시켜주시는데 고통스러워하는 도윤이를 보니 엄마도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리고 병원에 오길 잘했다 싶었다. 아기들은 상순소대가 잘 찢어질 수 있다고, 그리고 잘 아물 거라고. 치과에서 꿰매도 소용없는 거라고 했다. 대신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그리고 월요일에 다시 진료를 보자고 했다.
이날 심신이 지친 엄마는 도윤이가 코로나만 걸리지 않길 계속 기도하고 또 했다. 그리고 그 무엇에 화내고 또 원망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