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도윤이에게

제부도서 만난 꽃게에게 "잘가, 엄마랑 맛난 거 많이 먹어" 본문

여행을 떠나요

제부도서 만난 꽃게에게 "잘가, 엄마랑 맛난 거 많이 먹어"

dearmydoyun 2024. 3. 19. 18:59
728x90
반응형

호캉스를 잘 마친 후 제부도로 이동했다. 아빠는 여행에 나서기 전부터 도윤이에게 ‘갯벌을 보여주고 싶다’며 노래를 불렀다. 어릴 적 갯벌에서 놀았던 즐거운 기억을 도윤에게도 전하고 싶어서다. 갯벌에 큰 감흥이 없는 엄마는 굳이 옷을 더럽혀 가며 놀아야 하는가.. 날씨도 추운데 굳이 제부도에 가야 하는가.. 마뜩잖았지만 아빠의 손을 들어줬다. 미리 갯벌에 갈 옷도 챙겨간 터라 걱정은 덜었다. 비옷과 장화, 그리고 아디다스 트레이닝복. 갯벌에서 실컷 놀며 묻은 진흙을 쉽게 씻을 수 있는 그야말로 갯벌에 적합한 옷으로 준비했다. 여벌옷도 챙기고 다 놀고 난 후에 씻어야 하니 수건과 세제도 따로 가방에 넣어뒀다. 만반의 준비!
 
롤링힐스에서 제부도까지 차를 타고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네이버로 검색해 보니 자동차로 45분 걸리는 거리) 날씨는 흐렸지만, 갯벌을 즐기러 온 가족, 아이들로 분위기는 들떠있는 제부도다. 영어로 'JEBUDO'라고 적힌 대형 푯말(랜드마크로 보이는) 앞에서 인증샷 남기기부터 우리의 제부도 탐험은 시작됐다.  
 

갯벌 초입, 울퉁불퉁한 자갈이 깔린 흙길 위를 도윤이와 손잡고 걸었다. 위태로운 발걸음의 반복이다. 조심조심 떼어보는 귀한 한 걸음. 걸어 갈수록 잦아지는 질퍽함, 그렇게 바다와 가까워지는, 갯벌 그곳까지 닿았다. 낯설 만도 한데, 도윤이는 자기 만의 재미를 찾았다. 아가는 아가다. 물만 보면 뛰어들고 싶은 하는 게. 광활한 갯벌 곳곳에 스며든 바닷물에 첨벙첨벙 뛰어들었다. 고인 물에  장화 신은 발을 거침없이 넣고 굴렸다. 오늘은 옷을 다 젖어도 된단다. 갯벌에 실컷 몸을 맡겨라.
 
엄마도 제부도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곳인진 몰랐다. 실제로 보니 더욱더 절경이다. 물이 들어오면 잠길 다양한 암석들이 인상적이었다. 알고 보니, 제부도는 국가지질공원으로 선정된 곳이었다. 사진을 찍은 것을 보니 여기가 외국이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다. 이곳은 K지질공원이다.

도윤이와 본격적으로 갯벌 생태 탐험에 나섰다. 제부도에서 유료로 운영하는 큰 트랙터(?)를 타고 가면 많은 생물을 체험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이동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갯벌을 즐기기로 했다. 우선 용감한(?) 엄마가 손으로 갯벌에서 사는 작은 꽃게, 소라게를 손으로 집어봤다.

도윤이에게 살아있는 에너지를 보여주기 위해 도윤이 손에 놓아주려고 하자 기겁했다. 호기심은 있지만 다가가진 못하는 도윤이다. 소라게를 손에 살짝 올려주려고 하자 '물에 다시 넣어주자'고 했다.

또 꽃게를 잡았다가 다시 물어 넣어주니 '잘 가, 엄마랑 맛있는 거 많이 먹어'라고 안녕을 빈다. 아이의 시선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아기는 엄마와 연결돼 있구나. 무엇이든 엄마와 하고 싶은 도윤이의 마음이 읽힌다.
 
흐리고 바람이 불어대는 꾸물한 날씨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갯벌 생물을 실컷 보고 만지며 온전히 즐겼다. 그 증거는 도윤이의 장화가 말해준다. 도윤이가 이지경으로 어떻게 몇 시간을 놀았나 싶기도 했다. 장화엔 이미 물이 한가득, 발이 불어 터지지 않은 게 다행이다.
 

샤워장 앞 간이로 씻을 수 있는 곳에서 도윤이를 챙겼다. 장화를 벗겨보니 양말이 진흙 범벅이다. 물에 흠뻑 젖은 양말은 잘 벗겨지지도 않는다. "아이고, 이게 다 뭐야~"라고 하니 도윤이가 멋쩍은지 웃었다. 진흙 털어내고 찬물에 후다닥 씻겼다. 힘들게 와서 즐겁게 놀고 가니 엄마 마음도 다 뿌듯하다. 알고 보니, 갯벌 체험할 때 입는 옷이 따로 있더라. 나중에 더 크면 쿠팡에서 사서 입혀줄게 도윤아. 쑥쑥 잘 크고 다음 갯벌을 기약하자.
 
제부도에 아기와 함께 같이 갈만한 식당이 없었다. 우린 어쩔 수 없이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햇반, 김을 사 점심을 해결했다. 도윤 아빠가 이렇게 대충 때우는 식사를 하는 성격이 아닌데, 편의점에 가는 게 낫다고 했다. 다행히 도윤인 햇반을 돌려 김에 싸주니 잘 먹는다. 아기는 미역과 김 없인 못 키운다는 말이 또 떠오른다. 컵라면으로 끝내기 아쉬워 우린 후식으로 아이스크림도 챙겨 먹었다. 이렇게 또 먹는 게 여행의 재미지^^ 난 좋아!
 
(23.10.08)

728x90
반응형